드라마나 영화에 보면, 나이가 든 어른들이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내 몸은 내가 안다" 예전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말이 무슨말인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저도 제 몸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어제부터 정수리가 따끔따끔 합니다. 잇몸이 욱신욱신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직감합니다. '아. 이제 곧 감기가 들겠구나'. 아직은 열도 나지 않고, 기침도 나지 않지만, 나는 약국을 들러 감기약과 쌍화탕을 사고, 집에 들어와 따뜻한 물을 준비합니다. 조금은 섣부르다 싶은 생각이 들어도 미리 약 한봉지를 입에 털어놓고, 일찌감치 자리에 듭니다. 그리고 눈을 뜬 다음날. 나는 역시 감기에 걸렸습니다.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고,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닐겁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래도 지난 30년의 경험덕에 내몸에 어떤 신호가 생기면, 곧 무엇이 닥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미리 약을 준비하고, 쉴 자리를 만들고, 내게 닥쳐올 아픔을 대비합니다.
자라면서 익숙해진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아무도 내 머리맡을 지켜주지 않는 객지의 생활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대비해야 할 것들도 찾아줍니다. 아플때마다 더 얇게 느껴지는 이불을 덮고도 서글퍼하지 않는 법이라던가,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이라도 어떻게든 움직여 나에게 밥을 지어 먹이는 법등은 내가 20살 적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감기를 헤쳐나가는 방법을 알게된 지난 세월입니다. 나는 아무리 아프더라도 잘해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올랐다 내렸다 하는 열 때문에 자다 깨어, 천정을 바라보다가, 아무런 예감을 느낄 사이도 없이 왈칵 생각나는 당신만 어떻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